시집에서 읽은 시

옆구리 증후군/ 조경선

검지 정숙자 2017. 7. 1. 23:01

 

 

    옆구리 증후군

 

    조경선

 

 

  손가락을 때렸다 매일 하는 일인데

 

  못은 이미 달아나고 의자는 미완성인데

 

  날아온 생각 때문에 한눈팔고 말았다

 

  상처 많은 나무로 사연 하나 맞추어간다

 

  원목 의자만 고집하는 팔순의 아버지에게

 

  때로는 딱딱한 것도 안락함이 되는 걸까

 

  어머니 보내고 생의 척추 무너진 후

 

  기우뚱 옆구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슬픔을 지탱하기엔 두 다리가 약하다

 

  낯익은 것 사라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최초의 의자는 흔해빠진 2인용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익숙할 때 놓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 시조는 일정한 형식으로 말미암아 자칫 딱딱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율격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율격에 매일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 까닭에 오랜 절차탁마가 필요하다./ 「옆구리 증후군」은 연로한 아버지를 위해 원목 의자를 만드는 과정을 노래하면서 넌지시 삶의 의미를 환기하는 역작이다. 일상의 삶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끈끈한 가족애를 실감 실정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때로는 딱딱한 것도 안락함이 되는 걸까", "슬픔을 지탱하기에 두 다리가 약하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익숙할 때 놓친다"라는 대목들이 주는 울림이 크다. 남다른 직조능력에서 얻은 표현들이다. 일상을 소재로 하되 일상적이지 않다. 새로움이 있다. 다른 목소리의 출현이다. 신선한 시각과 개성적인 언어 운용이 묘하게 맞물려서 새로운 미학적 발화를 보인다. (이정환/ 시인,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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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목력』에서/ 2017. 6. 23. <책만드는 집> 펴냄

  * 조경선/ 1961년 경기 고양 출생, 2016년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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