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괴리乖離/ 김기수

검지 정숙자 2017. 6. 14. 17:53

 

 

    괴리乖離

 

    김기수

 

 

  내 위치와 이동 경로는 스마트폰이 일러주고

  블랙박스가 기록하네.

  포노 사피엔스가 되어버린 지금

  내가 내 정보를 제공하고 있네.

  X, Y, Z축의 3차원 좌표로 실시간 감시되고,

  적어도 나는 전라의 상태의 목표물이네.

  비밀경찰이 된 전파는 뇌의 뉴런보다 더

  칭칭 동여매어 음과 양, 정과 동,

  물질과 비물질을 그대로 포획하고 있네.

  세상 어디에 내 정원이 있으랴.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못 산다지.

  이온조차 이동을 못 해 전류도 흐를 수 없다지.

  전파가 감시하고 있는 물속,

  물고기가 물속에 살지 못한다네.

  어디로 가야 하느냐? 음 · 양이 활발한 꽃밭으로 들으리.

  살아서 생명력이 너울대는 나만의 꽃밭.

  전파가 차폐되어 나를 감지하지 못하는 곳으로

  내 발끝은 향하리.

  내가 차폐되는 곳, 슬픈 아라비아 공주가 있는

  궁전으로 들으리.

  쪽방만큼 깊고 좁은 궁전으로……

  매월 사용료는 충실히 내는 것으로 한다.

    -전문-

 

   * 포노 사피엔스(Pnono sapiens) : 스마트폰 없이는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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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별바라기』에서/ 2017. 3. 30. <도서출판 가온> 펴냄

  * 김기수/ 충북 영동 출생, 카페 '시와 우주' 운영, 시집『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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