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바다
정숙자
그는 그를 만든다. 타인은 그의 공간에 겹칠지언정 그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 없었던 문 열리는 암호?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바다 울음 차오르는 날
소년소녀들은 책을 읽는다. 책 속에는 바다가 없고 파고드는 울음도
없다. 소년소녀들은 한동안 그렇게 책만 읽어도 꽉 찬다.
8시 반, 너무 빨리 지나간다
순식간에 오후 세 시가 되면 소년소녀들에게도 비로소 바다가 보이
기 시작한다. 바다는 절뚝거리며 다가온다. 발이 젖는다.
소년소녀들
이제 책보다는 바다를
읽어야 한다
많은 물굽이를 넘어야 하고 돌아다보아야 한다. 물의 늪에 물린 것
이다.
빠져나갈 길이란 없다. 발자국을 하늘로 옮길 때까지.
그가 바로 나라는
당신이라는
우리라는 가정은 모두 슬프다
절름발이 바다 위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소년소녀들만이 잠시 8시
반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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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2017-여름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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