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다는 것
장현숙
검은 차광막 안에 감자알이 보인다
햇빛을 향하던 쪽으로만 파랗다
햇살이 마당 한 귀퉁이를 어른거리기라도 하면
한없이 눈인사를 보냈겠지
고드름이 키를 키울 때에도
벚꽃잎이 나비처럼 날아들 때에도
이른 아침이면 건너편 길을 바라보며 기다리곤 했겠지
단단한 줄기를 세우고
무성한 잎을 달고
올망졸망 감자알을 키우며 살자고 약속했겠지
소박하게 꽃을 피우고
왁자지껄하게 일가를 이루자던 언약이 있었겠지
어쩌자고 어쩌자고
덥석 품에 안았단 말인가
저리 뜨겁게 품고 있었단 말인가
가끔 살다보면 뒤통수 맞을 때가 있다
이제 햇살은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몸을 사리다가
빠르게 물러나며 달음질쳐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아직 피우지 못한 꽃대가 선명한데
미련을 버리지 못한 눈은 붉은 노을을 쫓고 있다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하염없이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나
작은 얼굴에 그늘이 가득한데
어느새 마당 한가득 와글와글 어둠이 몰려오고 있는데
푸른 멍이 한 뼘 더 커졌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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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2017-여름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장현숙/ 2007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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