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래 뽕나무밭
김명인
배를 타고 지나간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수면 위로 물이랑 번져가지만
둔덕 끝에 비탈이 있었고 구릉을 따라 내리며
뽕나무 밭이 이어졌었다
오디의 시절에는 누에처럼 굼실대며 뽕밭을 누볐지
지워지지 않던 입술 위의 성문들
말끔히 씻었다 해도 그 미열 다 가라앉힌 건 아니다
무심코 지나가면 세월이지만
들춰보면 속속들이 일렁일
수심은 너나 나나 어림이 안 되는 깊이
한 때 펼쳐놓은 파문까지
덮었다고 모두 가려졌겠는가?
수수만 톤 가뒀어도 댐의 정념은
어제와 오늘이 한결같지 않다
설혹 내가 저 풍랑에 마음 적신다 해도
그게 풀어 헤친 시선의 전부일까?
거북등으로 말라붙어 뿌리까지 드러났던 한 때 뽕밭은
어느 해의 홍수가 휩쓸고 갔는지 끝내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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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文學』2017-6월호 <시> 에서
* 김명인/ 1973년《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동두천』『꽃차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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