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의자/ 차성환

검지 정숙자 2017. 6. 5. 02:23

 

<제10회 시작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발표됨/ 심사위원: 이형권  유성호  홍용희  김춘식/『시작』2018-겨울호>

 

 

    의자

 

    차성환

 

 

  의자는 나보다 먼저 태어났다 형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궁둥이로 깔아뭉갠다 수많은 의자 위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나는 앉아있기 위해서 태어난 거 같기도 하다 의자는 계속 앉은 자세이고 늦게 태어난 나는 의자에 몸을 맞춘다 의자에 바퀴를 달고 앉은 채로 나는 어딘가로 간다 다시 태어나면 의자가 되어서 너를 앉혀주고 싶다 다 의자에게 배운 말이다 의자는 신나고 즐겁고 지루하고 끔찍하고 슬프게 앉아있다 의자는 책상과 상관없이 앉아있다 의자는 앉아서 잠이 든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때까지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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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2017-여름호 <신작> 에서

  * 차성환/ 2015년『시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