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18회 현대시 작품상 특집 / 수상작> 中
취이몽醉以夢
신용목
누가 돌을 던져서, 허공의 어디쯤 깨져나간 것이 내 머리는 아닐까?
세계의 뚫린 구멍이 내 생각은 아닐까? 그 둥근 틈으로 모든 침묵이 날
아가버려서
우리는 취하고
하나씩 가로등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불빛처럼,
끔찍한 일이다.
생각은,
몸속 핏줄에 친친 감긴 돌이 위태롭게 켜놓은 심장 근처에서 휘어지
는 칼날처럼……
나는 필요한 만큼 죽인다. 다행히 오늘은 술이 맑아서 무심코 몸의 심
지를 적시면,
오래 감다 끊어버린 태엽처럼
늘 밤이었다.
밤은 얼마나 큰 돌이 지나가는 순간일까?
꿈은 그 돌이 떨어지는 수풀일까? 무엇이든 왔던 곳으로 돌아가지만
왔던 방법으로는 가지 못해서,
생각은 아물지 않는다.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은 날개이고 새가 갖지 못한 것은 날고 싶음입니
다. 날개 때문에 새는 공중에서 떨어지고, 날고 싶어서 우리는 제자리에
서 끝없이 추락합니다.
그가 말을 멈추지 않아서……,
내가 날고 싶다고 해서 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네가 날 수 없다고 해
서 날고 싶은 건 아닙니다.
우리는 날아서 왔습니다.
생각처럼,
생각처럼,
검은 연기를 지피며 부딪히는 칼끝에서 돌 하나 붉은 심장으로 타오
를 때,
목 위에 달린 구멍으로 들이치는 비처럼
슬픔처럼,
나는 필요한 만큼 죽는다. 알겠습니까? 구멍도 깨집니다.
깨지지 않는 한 몸은 영원한 바닥이어서……
어느 날,
유리창이 깨지듯 잠이 깨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면, 오래전 날아온 돌
멩이가 잡힌다.
눈물은 금처럼 번져간다.
-전문-
* 심사평: 오형엽, 이재훈, 조강석, 송종원,
--------------
*『현대시』2017-5월호 <기획성|현대시작품상 특집> 에서
*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등, 산문집『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봄, 흡혈/ 정다인 (0) | 2017.06.09 |
|---|---|
| 종점 부근/ 남진우 (0) | 2017.06.08 |
| 질병에 관하여/ 박찬일 (0) | 2017.06.06 |
| 물 아래 뽕나무밭/ 김명인 (0) | 2017.06.06 |
| 일방통행/ 윤유점 (0) | 201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