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눈보라가 퍼붓는 방/ 신현림

검지 정숙자 2017. 6. 5. 02:13

 

 

    눈보라가 퍼붓는 방

 

    신현림

 

 

  눈보라는 방에도 퍼부었다

  몸까지 들어찬 눈보라를 토하였다

  자식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밀어냈다

  눈보라를 나는 현미경으로 보고 있었다

  자세히 볼수록 눈보라는 흉기였다

  눈보라에 베이고 파묻혀도 나는 타오르고 싶었다

  나를 태워 눈보라에 갇힌 나를 잊고 싶었다

 

  눈보라가 언제 걷히나 언제 빛이 보이나

  눈보라를 설탕이라고 쓰자 달콤해지기 시작했다

  힘들다 씀으로써 나는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빛이 보인다고 씀으로써 빛이 느껴졌다

  누구나 살아남기 위한 죄수의 인생이라 나를 타일렀다

 

  눈을 감으면 나 자신이 풍경으로 보였다

  눈보라를 멀리 보기 시작했다

  눈보라 속에서

  해가 펄펄 끓고 있다

 

 

     --------------

  *『시로여는세상』2017-여름호 <조명/신작시> 에서

  * 신현림/ 1961년 경기 의왕 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침대를 타고 달렸어』등, 그림과 사진가로서의『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근간『신현림의 매혹적인 시와 사진 이야기』등, 힐링 에세이『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다시 사랑하고 싶은 날』등, 세계시 모음집『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1.2권 『시가 나를 안아준다』등, 동시집『초코파이 자전거』『세계평화와 뛰노는 동시놀이터』등,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Love That Dog』, 사진전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사과여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