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일방통행/ 윤유점

검지 정숙자 2017. 6. 5. 18:36

 

 

    일방통행

 

    윤유점

 

 

  비닐우산살이 부러지자

  여덞 개의 우산살은 흐느적거렸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도 비를 맞고

  헛말을 내 뱉는 우산 관절이 휘어졌다

  손잡이도 달아나 버릴 약한 우산

  아버지 얼굴은 풀어놓은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가로수는 움을 틔우며 숨을 쉬고

  밀려오는 슬픔은 빗물로 서있다

  환영이 된 아버지의 담배 연기가

  우산과 함께 길 위에서 피어오른다

  구멍 난 하늘을 가릴 수 없이

  시선 아래 고여 있는 빗방울

  아버지의 주머니는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하늘에 뿌리를 두고 내리는 비는

  아버지의 부르튼 발을 적셨다

  햇볕 드는 날 눈물 먹은 낡은 우산들

  절름발이 뼈대를 드러낸 채 볕에 서 있다

  아버지는 막다른 길에서 되돌아 나오질 못했다

  마당에 펼쳐진 가난한 웃음들이 탄력을 받은 채

  아버지는 아버지의 우산을 놓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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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月刊文學』2017-6월호 <시> 에서

  * 윤유점/ 2007년『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나의 인생의 바이블코드』『귀 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