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강신용
내가 걸어온 길은 모두가 언덕이었지요
언덕을 오르다 보면 해루해가 저물곤 했지요
언덕을 오르며 흘린 땀
언덕을 오르다 만난 바람은 참 고마웠어요
언덕을 바라보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언덕은 자꾸 언덕을 오르게 만들었지요
언덕 너머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
언덕을 바라보면 마음은 계속 출렁거리고
어느 날은 오래된 교회당 불빛같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가슴을 감싸주었지요
내가 걸어온 길이 언덕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언덕을 바라보며 내 인생을 반추해보곤 했지요
어쩌면 저 언덕이 내 삶의 뿌리일 거라고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삶의 일상일 거라고
언덕을 바라보며 꿈 넘어 꿈 마음에 새겼지요
-전문-
▶ '존재의 서정적 승화(발췌)_ 송기한
여기서 시인이 목표로 두고 있는 '언덕'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이다. 모두가 관계하고 있는, 사회 지층과는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시인의 시선은 저 멀리가 아니라 바로 이곳으로 당겨져 있는데, 시인이 똑바로 응시하고 발견한 것이 바로 '언덕'이라는 장소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단순히 존재하는 물상이 아니라 시인의 의도가 가미된 것, 곧 서정적 정서로 착색된 새로운 물상으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시인의 고유한 시적 의장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선명함을 포착해서 이를 서정화하는 방식이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언덕은 이른바 수평의 너머에 있는 것이기에 뚜렷한 의지랄까 목표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전략적 특성이 시인으로 하여금 서정의 문, 곧 시적 욕구를 자극하는 매개로 유인하게 된다. 그것은 시인이 도달해야 하는 곳, 궁극적으로는 현재적 자아, 혹은 미래적 자아가 도달해야 할 목표이자 이상이다. 시인이 그곳으로 끊임없이 피드백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고("언덕은 자꾸 언덕을 오르게 만들었지요"). 자신이 추구해야 할 욕망의 목표가 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언덕을 바라보면 마음은 계속 출렁거리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것은 시인이 도달해야 할 유토피아로 작동한다("언덕을 바라보며 꿈 넘어 꿈 마음에 새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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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2017-여름호 <시에 시인/ 시 깊이 들여다보기> 에서
* 강신용/ 세종 출생, 198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가을城』『목이 마르다』등
* 송기한/ 충남 논산 출생, 1991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저서『현대시의 정신과 미학』『육당 최남선 문학연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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