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안는 법 · 1
-『웃음과 울음의 순서』(도서출판b, 2017)
하종오
딸과 내가
아기를 안는 법이 다를까
똑같은 자세로 안는데도 아기는
딸이 안으면 잠자고
내가 안으면 논다
안거나 안기는 품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기가 잠자고 놀까
아기가 잠자고 놀기 때문에
안거나 안기는 품이 달라질까
내가 딸을 안은 때는
나는 젊고 딸은 어려서 잠을 오래 잤고
딸이 나를 안을 때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같이 늙어가므로 자주 놀 것이다
엄마와 외할아버지가 안는 법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도
아기는 잠자고 노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기는지
딸이 안으면 잠자고
내가 안으면 논다
-전문-
◆ 딸이 딸을 낳은 육아 시편
안고 안긴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익숙하고 늘 새로운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안는 것도, 사람에게 안기는 것도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이 동작에는 사회적 친소 이상의 그 무엇을 필요로 한다. 끝없고 가없고 경이로운 애정으로 이어진 관계에서만 언제든지 어디서나 허락된다./ 안고 안긴다는 행위는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은 그렇게 함으로써 잘 놀고 잘 자면서 굉장한 자존과 무한한 안식을 느끼게 된다. 아기를 안아보면 그것을 절감하게 된다. (……) 최근 시집 『웃음과 울음의 순서』는 온전히 육아 시편이다.
-----------------
*『시에』2017-여름호 <시에 자작시집 엿보기>에서
* 하종오/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신강화학파 12분파』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내가 사는 먼 곳 지상전철이 지나갈 때/ 고형렬 (0) | 2017.05.25 |
|---|---|
| 송기한_존재의 서정적 승화(발췌)/ 언덕 : 강신용 (0) | 2017.05.23 |
| 그늘꽃/ 서주영 (0) | 2017.05.20 |
| 씨앗의 노래/ 차옥혜 (0) | 2017.05.20 |
| 한용국_사이를 꿈꾸는 겹의 향연들(발췌)/ 옹이와 무늬 : 서영택 (0) | 2017.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