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부처
김영탁
어디서 왔는지 모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애기 주먹만 한 부처
정수리에 상투 구멍을 만들어
언제부터 누가 매달아 놨는지
대웅전大雄殿 가운데 자리도 아닌
백미러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후광後光도 없는 플라스틱 부처, 어느 날
그 행적이 궁금하여
부처의 엉덩이 밑을 바라보니
중국에서 건너오셨구나
가볍고 조잡한 플라스틱 싸구려 중국제라고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래도 금물을 들여
번쩍번쩍 금빛의 부처
백미러에 매달려 나를 지그시 바라보시네
내가 운전을 하며 앞차나 옆차에 대고
보행자와 오토바이에 대고
씩씩거리며 쌍말이나 욕을 할 때마다
백미러에 매달린 플라스틱 부처는
말없이 바라보셨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라고 믿던 습관이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깔아뭉갤 뻔했다가
다행히 가벼운 사고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이고, 부처님! 두 손을 플라스틱 부처를 향해 비볐네
여기저기 다니며 절했던 우람한 대웅전 부처보다
내가 타고 있는 승용차가 대웅보전大雄寶殿이고 금부처였네
-전문-
해설> 한 문장: 시인의 불교적 세계관이 노출되어 있는 작품이다. 시의 화자 '나'에 따르면 '플라스틱 부처'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것이고, "언제부터 누가 매달아 놨는지" 알 수 없는 대상이며, 다만 자동차 "백미러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가볍고 조잡한 싸구려 중국제" 부처일 따름이다. 이런 일련의 진술은 플라스틱 부처를 대하는 '나'의 감정이나 심리가 상당히 부정적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플라스틱 부처에 대한 '나'의 심경은 완전한 부정否定이 아닌 부분부정部分否定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시네"나 "말없이 바라보셨네" 등에 담긴 경어법이 유의미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깔아뭉갤 뻔"한 사건을 체험하면서 플라스틱 부처를 향한 '나'의 태도는 극적으로 바뀐다. 화자는 이제 "여기저기 다니며 절했던 우람한 대웅전 부처보다/ 내가 타고 있는 승용차가 대웅보전大雄寶殿이고 금부처였네!"라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 '나'는 비로소 인식의 전환 내지 역전에 도달한 것이다. (권온/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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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냉장고 여자』에서/ 2017. 3. 31. <도서출판 황금알> 펴냄
* 김영탁/ 1959년 경북 예천 출생, 1998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새소리에 몸이 절로 먼 산 보고 인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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