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그믐/ 강재남

검지 정숙자 2017. 4. 26. 10:11

 

 

    그믐

 

    강재남

 

 

  한생이 가는가 보다 기약 없는 바람이 저리 울어대는 걸 보니

 

  나무는 빈 몸으로 매운 날을 견디고

 

  달을 삼킨 고양이가 달을 닮아간다

 

  한때 달이었을 나도 달의 기착지에서 방황하는 고양이였으면

 

  그렇다면 그곳에서 길을 잃어도 좋았을 일,

 

  장난감 기차는 뛰뛰 떠나는데 달을 삼킨 고양이를 목격한 내 침묵이 달콤해진다

 

  한생이 바람에 쓸려가는 하필 이런 날

 

  눈물은 자란다 눈물이 투명한 건 슬픔을 들키지 않겠다는 의지란 걸

 

  여자를 묻고 온 날 여자에게서 배운 일이다

 

  저물어가는 저녁을 우두커니 보내고 함께할 사람이 없다

 

  하늘이 텅 비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우울과 허무의 감각은 저 세계와 존재를 둘러싼 내 · 외부의 풍경들이 실재를 초월하는 상상(예술) 텍스트의 소산이므로 미학적 허구로 귀속되는 것이라는 의견도 가능합니다. (최현식/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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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이상하고 아름다운』에서/ 2017. 3. 20. <서정시학> 펴냄

  * 강재남/ 경남 통영 출생,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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