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때때로 그리고 자주
김택희
원시림을 걷고 있어요
백악기를 건너온 메타세쿼이아나무숲 지나
물푸레나무 사이로 바람이 길을 트네요
나무 냄새 찰박해요
지금도 생각하죠
눈 안에 갇혀 있는 말
아무리 더듬어도 눈동자 끝에서만 가물거릴 뿐
터지지 않던 기억
당신은 없나요
새소리처럼 생생한데 그릴 수 없어요
좁은 계곡에 불시착한 헬리콥터의 잔해 같은
부러진 기억 꿰맞추다가
바람의 메시지 들어요
큰 나무에서 내미는 작은 움의 더듬거리는 손짓
땅속으로 뻗은 뿌리의 발짓과
먹이 나르는 어미 새의 날갯짓
우듬지에 새부리 같은 촉 몇 개
바람의 눈썹 건드리고 있어요
오늘 밤엔 갇힌 말들 터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전문-
해설> 한 문장: 위의 시는 "아직도, 때때로 그리고 자주" 원시의 냄새와 소리, 바람의 길과 메시지, 그리고 화자 내면의 원형질 속에 내재해 있는 "말"을 듣고, 원시의 기억을 환기하고 있음을 노래한 시이다. 지금 여기 현대에서 거슬러 올라가 그 원시의 것들과 만날 수 있음을 노래한다. 메타세쿼이아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공룡시대 때부터 살았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원시의 나무인 셈이다. 원시의 냄새와 소리.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살았던 인류의 언어를 기억하는 나무이다. 이 시에서의 '당신'은 특정한 사람이기보다는 화자 자신이나 모든 사람을 의미할 수 있다. "아무리 더듬어도 눈동자 끝에서만 가물거릴 뿐/ 터지지 않던 기억/ 당신은 없나요"에서의 "당신"은 또 다른 자아인 원시의 자아일 수도 있다. 자연 속에서 유목민으로 살았던 자아. 그 자아의 말, "우듬지에 새부리 같은 촉 몇 개/ 바람의 눈썹 건드리고 있어요/ 오늘 밤엔 갇힌 말들 터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에서의 '오늘 밤엔 갇힌 말들'을 김택희 시인은, 그 언어들을 찾아 시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의 시는 원시의 말이며 원초적인 언어가 된다. 시인들이 늘 몽상하는 그 언어일 수 있다. (유한근/ 문학평론가, 전 SCAU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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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바람의 눈썹』에서/ 2017. 4. 28. <(주)문학수첩> 펴냄
* 김택희(本名 金英姬)/ 충남 서산 출생, 2009년 『유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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