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론
이근화(李謹華)
새벽의 간이 화장실 불빛이 환하다
한밤중의 산책자나 취객이 들르겠지
무엇인가를 쏟아낼 것이지만
그것을 슬픔이나 두려움이라 해둘까
발을 들여놓기도 빼기도 어려운 지경이라 말할까
계절마다 크고 작은 꽃이 피었다
졌다
그러니까 이 도시는 알 수가 없다
낮의 평면은 피로하고
밤의 입체는 불쾌하다
다같이 아름다워질 수가 없어서
너와 나는
우리는
함께 늙어가다가
화가 나다가
곧 잠잠해진다
더럽다
산책로의 비둘기도 개천의 오리도
그런 나를 비웃는다
큰 목소리로 너를 부르다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항변하다가
목이 마르고
입술이 터지고
속이 아프다
풀 한 포기가 기다리는 것을
나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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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2017-5월호 <이달의 詩人>에서
* 이근화(李謹華)/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칸트의 동물원』『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등, 김준성문학상 · 현대문학상 등 수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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