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풍경(風磬)/ 박완호

검지 정숙자 2017. 4. 20. 23:51

 

 

    풍경風磬

 

    박완호

 

 

  저건, 차라리 적막이다.

 

  허공의 속내를 헤아리듯 바람결에 저를 맡겼다. 몸속을 불어간 바람

따라 어디든 못 가랴만.

 

  숲에서 온 바람은 서걱대는 풀잎의 음계로, 노을을 스쳐온 바람은 붉

은 심장의 연타連打로, 바다를 지나온 바람은 흩날리는 포말의 코러스

로 물들어 갈 때, 그는

 

  또 어떤 빛깔로 저를 흔드는 허공을 물들이려 한 걸까.

 

  처마 끝, 먼 능선으로 꿈꾸듯 지느러미를 젖는 물고기들.

 

  모르는 걸까. 제 속을 훑고 간 바람이 바로 허공의 속내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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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2017-봄호 <신작시단>에서

  * 박완호/ 충북 진천 출생, 1991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인생의 흔들림』『너무 많은 당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