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잠잠/ 김영호

검지 정숙자 2017. 4. 19. 01:01

 

 

    잠잠

 

    김영호

 

 

  작아지는 나의 모래 소년

  그도 사랑을 했었다

 

  어느 겨울, 단골 카페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을 썼다 지웠

다 반복하다 초로를 맞이했다

 

  그는 미래에서 왔다 점잖고 말수가 적었다

 

  다 늙어버린 잠잠은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펴고 백열등 아래 누워 점

점 작아졌다 커졌다 다시 작아졌다 모래알 같이 작아진 잠잠은 다리를

크게 벌려 누운 자세에서 자신보다 더 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영원히 눈을 감았다

 

  눈

  있어야 하는데 잠잠인 그에게는

  본적이 생겨나기 전에 산다는 것은

 

  꿈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은 흘러내릴 것처럼 낡았지만 늙는다

는 것은 무엇인가 흰머리가 자라나고 다시 검은 머리가 자라나면 어떤가

  흰 모래가 이불 위를 둥둥 떠다니는 잠깐의 일들이 그의 일생에서 가

장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어려진 잠잠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제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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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2017-봄호 <신작시단>에서

  * 김영호/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6년『시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