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
김영호
작아지는 나의 모래 소년
그도 사랑을 했었다
어느 겨울, 단골 카페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을 썼다 지웠
다 반복하다 초로를 맞이했다
그는 미래에서 왔다 점잖고 말수가 적었다
다 늙어버린 잠잠은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펴고 백열등 아래 누워 점
점 작아졌다 커졌다 다시 작아졌다 모래알 같이 작아진 잠잠은 다리를
크게 벌려 누운 자세에서 자신보다 더 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영원히 눈을 감았다
눈
있어야 하는데 잠잠인 그에게는
본적이 생겨나기 전에 산다는 것은
꿈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은 흘러내릴 것처럼 낡았지만 늙는다
는 것은 무엇인가 흰머리가 자라나고 다시 검은 머리가 자라나면 어떤가
흰 모래가 이불 위를 둥둥 떠다니는 잠깐의 일들이 그의 일생에서 가
장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어려진 잠잠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제목을 썼다
--------------
*『시현실』2017-봄호 <신작시단>에서
* 김영호/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6년『시작』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윤정_앨리스가 본 이종 현실의 세계(발췌)/ 피터 판과 친구들-에피소드1 : 유형진 (0) | 2017.04.20 |
|---|---|
| 해안/ 이하석 (0) | 2017.04.19 |
| 동박새를 사랑한 소녀는/ 김도연 (0) | 2017.04.19 |
| 립싱크/ 강일규 (0) | 2017.04.18 |
| 영원한 자연/ 황인찬 (0) | 2017.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