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일
오성일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갑니다
그러하자는 약속이 미리 있던 듯
자고 나면 다, 지나, 갑니다
행복도 옛날의 사람처럼 잠시 머물다
때 되면 가도록 놓아줄 일,
놓아주며 지그시 견딜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 못 견뎌
산비탈의 바람처럼 몸부림치던 날
수두룩이 많았습니다
나는 한참 멀었습니다
생긴 마음이 이 모양이니
어느 날 불행 하나 닥쳐오면
그 요란이 또 오죽하겠습니까
저녁바람이 지나가는 쪽으로
가지 사이 잎사귀를 터주며
어둠에 젖고 있는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는 하루가
다 지난 일 되어
저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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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사이와 간격』에서/ 2017.3.31. <북인> 펴냄
* 오성일/ 경기 안성 출생, 2011년『문학의 봄』으로 등단, 시집『외로워서 미안하다』『문득, 아픈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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