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지나가는 일/ 오성일

검지 정숙자 2017. 4. 14. 12:24

 

 

    지나가는 일

 

    오성일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갑니다

  그러하자는 약속이 미리 있던 듯

  자고 나면 다, 지나, 갑니다

  행복도 옛날의 사람처럼 잠시 머물다

  때 되면 가도록 놓아줄 일,

  놓아주며 지그시 견딜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 못 견뎌

  산비탈의 바람처럼 몸부림치던 날

  수두룩이 많았습니다

  나는 한참 멀었습니다

  생긴 마음이 이 모양이니

  어느 날 불행 하나 닥쳐오면

  그 요란이 또 오죽하겠습니까

 

  저녁바람이 지나가는 쪽으로

  가지 사이 잎사귀를 터주며

  어둠에 젖고 있는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는 하루가

  다 지난 일 되어

  저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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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사이와 간격』에서/ 2017.3.31. <북인> 펴냄

  * 오성일/ 경기 안성 출생, 2011년『문학의 봄』으로 등단, 시집『외로워서 미안하다』『문득, 아픈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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