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하다
이령
난 말의 회랑에서 뼈아프게 사기 치는 책사다
바람벽에 기댄 무전취식 속수무책 말의 어성꾼이다
집요할수록 깊어지는 복화술의 늪에 빠진 허무맹랑한 방랑자다
자 지금부터 난 시인是認하자
내가 아는 거짓의 팔 할은 진지 모드
그러므로 내가 아는 시의 팔 할은 거짓말
그러나 내가 아는 시인의 일 할쯤은
거짓말로 참 말하는* 언어의 술사들
그러니 난 시인詩人한다
관중을 의식하지 않기에 원천 무죄이지만
간혹 뜰에 핀 장미에겐 미안하고
해와 달 따위가 따라붙어 민망하다
날마다 실패하는 자가 시인이라는 것이 원죄이며
사기를 시기하고 사랑하고 책망하다 결국 동경하는 것이 여죄다
사기꾼의 표정은 말의 바깥에 있지 않다
그러니 詩人의 是認은 속속들이 참에 가깝다
-전문-
*장콕도
-----------------
*『시와표현 』2017-4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이령/ 2013년『시사사』로 등단, 한중작가공동 시집『망각을 거부하며』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의 무늬/ 오덕순 (0) | 2017.04.14 |
|---|---|
| 예언자.1/ 정창원 (0) | 2017.04.14 |
| 확신과 불신/ 민영진 (0) | 2017.04.13 |
| 폭설/ 이종영 (0) | 2017.04.12 |
| adiós/ 이종민 (0) | 2017.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