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폭설/ 이종영

검지 정숙자 2017. 4. 12. 23:56

 

 

    폭설

 

    이종영

 

 

  가차는 오늘도 연착이란다

  밤새 내린 눈으로

  지난 밤 막차를 놓쳤는지

  새우잠 자는 두 사내

  바짝 오그라붙은 나무의자에

  그나마 앉을 곳이 없다

  밤새 타다 남은 갈탄 열기에

  굽은 손을 녹이며 소년은 중얼거린다

  오늘은 또 몇 시간 지각일까

  청량리에서 출발한 급행열차는 밤새 달려와

  설렁설렁 묶은 몇 뭉치의 신문을

  내동댕이치고 달아나는데

  사무실 통난로 옆을 왔다 갔다

  시무룩한 역장의 침묵이 지쳐 보인다

  기말고사,

  시험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기차가 울지 않는다

  기찻길이 지워진다

  내 어린 청춘 위로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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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소리문학』2017-봄호 <시> 에서

   * 이종영/ 2007년 『문학 21』로 시 부문 등단, 2012년『문예감성』으로 수필 부문 등단, 중원문학상 · 들소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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