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과 불신
민영진
'확신' 같은 건 내겐 없는 체험이다. 아직 잠이 덜 깬 새벽에 억지로 일
어나 앉은 아이에게는 막 잠이 몰려오는 늦은 저녁에도 잠을 참아야 하
는 아이에게는 하루 두 차례 찬송 한 장 부르고 성경 한 장 읽고 돌아가
며 기도하고 주기도로 마감하는 가정예배가 고역이기만 했던 시절, 어머
니 아버지 따라 찬송 부르다가 아이는 음치가 되었고, 글을 모를 때는 아
버지 어머니 따라 성경 읽었고, 한글 익히고 나서는 <개역>을, 한문 배운
다음부터는 <국한문>을 읽었다. <선한문>은 음독(音讀) 피하고 뜻을 풀
어 읽어야 했다. 사택이 교회였으니, 거기에서 먹고 자고, 따로 교회를 다
닌 것도 아니다. 말을 알아듣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는 말, "널
임신하고 나서 아들이면 목사로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고등학교 때 아
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 "넌 신학대학 가서 구약학을 전공해라." 어디
선가 종교를 묻는 빈칸에 아이가 주저하지 않고 '기독교'라고 쓴 것은 아
는 종교가 달리 더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구약학을 전공한 아이
는 한 교회의 목사가 되어 있었다. 한 아내, 두 아들을 앞에 두고, 다 큰
아이는 선언한다. "우리 대에는 가정예배 없다!" 처음 믿었을 때 가졌던
'확신'이라지만, 아이에게는 믿음이 시작된 그 '처음'이란 것이 없었기에,
삶의 '끝자락'에도 '처음' 그대로 '확신'도 '불신'도 한 몸에 두 얼굴이다.
아버지 어머니를 확인하는 시간도 그 아이에게는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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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문학』2017-봄호 <시> 에서
* 민영진/ 감신대 교수, 대한성서공회 총무 역임, 셰게성서공회 번역 컨설턴트, 시집 『유다의 키스』, 저서『바이블클리닉』『성경 바로 읽기』『바이블 FAQ』『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전도서 · 아가 주석』『롯기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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