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ós
이종민
신 앞에서 만나자. 방아쇠를 당기면 총성보다 비명이 먼저 쏟아지고.
너와 내가 공평하게 삶과 죽음을 나눠가지면 새가 나는 숲을 상상한다.
격발하는 순간 휘날리는 잎에서 살아나는 형상. 웃음도 울음도 아닌 소
리가 메아리치는 숲에서 한 방울의 피도 무심히 흐르지 않는다. 나무는
흔들리면서 현재를 뿌리내리고 초록으로 반복되어 피어나는 기억. 죄의
장전. 과거를 쏜 뒤에 너를 생각한다. 피로 뒤범벅된 시야로. 죽어서도
나를 흔드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비명도 이명도 아닌 추상이 몰려온다.
숲은 나무를 기르고 나무는 숲을 키우는 것처럼. 숲을 키우는 건 비명도
총성도 아닌 나의 숨소리. 내 숨이 붙어있는 한 너는 영원히 죽는다. 죄
가 초록색 추억으로 장전되는 숲속에서. 총구를 입에 넣는 날이 잦아지
면 신 앞에서 만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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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7-4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이종민/ 2015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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