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환절기 2/ 홍우식

검지 정숙자 2017. 4. 12. 17:02

 

 

    환절기

 

    홍우식

 

 

  열매는 땅에 떨어지는 순간 나무를 잊어버립니다. 태어난 곳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태어나고 나를 길러준 곳을 떠나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

은 이별이 아닙니다. 계절에 순응하는 거죠. 새로운 시작이죠.

 

  둥근 것은 끝이 없습니다. 시작도 없습니다. 땅에 떨어진 열매들 이

제 나무와 열매는 한 몸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없습니다. 지상에 몸이

닿는 순간 열매는 첫발을 내딛는 거죠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죠

 

  지상은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죽음과 삶이 있는 곳 먹고 먹히는 곳

이죠. 전쟁터죠 이 전쟁터에 떨어진 열매들은 어디엔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무가 열매들을 버리고 있습니다. 자신을 비우고 있는 거죠 열매를

버린 나무는 이제 안거에 들 것이고 땅에 떨어진 열매들 낙엽을 덮고 잠

이 들겠죠.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전문-

 

   * 블로그 주: 피리어드 찍기-발표지의 본문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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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7-4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홍우식/ 2011년 『서정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