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레/ 김지헌

검지 정숙자 2017. 4. 9. 14:39

 

 

    수레

 

    김지헌

 

 

  고도古都 버간* 공항을 빠져나오니 공항 문간에 낡은 수레 몇이 책을

읽고 있다

  검게 탄 얼굴의 사내가 수레에 짐을 싣고 먼지 풀풀 나는 비포장 길을

건너 버스에 실어준다

  이 나라에는 문맹이 거의 없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간이 역사 같은 공항 마당에는 열대지방의 꽃들이 우루루 모여 있었다

  몇 푼을 손에 쥐고 수레와 사내는 다시 적막해진 공항 문간으로 돌아

갔다

  시내를 벗어나자 이곳 주민들보다 더  많은 탑들이 위엄을 갖추고 도

시를 차지하고 있다 탑들은 도시의 영주이고 주민들은 마치 소작인인 듯

땟국이 흐르는 손으로 연신 땀을 닦으며 굽신거리고 있다

  오래전 이곳 버간에 지진이 일어나 많은 탑이 무너졌고 탑이 사라지

는 것은 그들의 내세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두려워하던 사람들, 저들의

내세를 짐작조차 할 수 없으므로 나그네는 오직 먼지 가득한 이 거리를

기억할 뿐

 

  비행기가 착륙하자 수레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다시 손님 맞을 채비

를 한다

  고도古都 버간에 얼마 전 지진이 났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전문-

 

  * 버간 : 미얀마의 고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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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7-3월호 <신작특집> 에서

  * 김지헌/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