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발인- 데라코타/ 허연

검지 정숙자 2017. 4. 8. 23:45

 

 

    발인- 데라코타

 

    허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남쪽을 보고 누운 운구버스에선 무지갯빛 기름이 흘러나왔다. 겨울

보다 추웠던 삼월. 착을 끊으려 마셨던 술은 상해버린 세월만큼이나

시큼했다. 적벽돌로 지은 교회당 앞. 광녀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귓볼은 아직 붉었고, 억센 근심들은 무너진 담벼락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좁은 어깨들이 들썩일 때마다 생은 한 뼘씩 멀어졌다.

당신과 나는 가여웠다.

 

  내리 사흘 뒷산이 울면 재앙이 온다는 마을. 목선 깃발이 귀신처럼 서

있고, 파도에 몸을 씻은 날들이 유리조각처럼 부서져 있었다. 수부의 눈

은 여전히 검고, 아직 경계를 넘어가지 못한 슬픔이 북회귀선에서 왔다

는 새들과 함께 그물에 걸려 있었다

 

  보낼 수 없는 옛날이

  흰 운동화를 신은 채 흐려졌다

 

  종일 울던 바다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었다

     -전문-

 

 

   * 블로그 주: 4. 5. 6연 '피리어드 없음'은 원본과 같습니다.

 

     -----------------

  *『현대시』2017-3월호 <신작특집> 에서

  * 허연/ 1991년『현대시세계』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김지윤  (0) 2017.04.09
안경을 벗으면/ 김지윤  (0) 2017.04.09
로드킬/ 이용대  (0) 2017.04.06
창호지/ 민용태  (0) 2017.04.06
마른 우체통/ 오민석  (0) 2017.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