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래도/ 김지윤

검지 정숙자 2017. 4. 9. 00:16

 

 

    그래도

 

    김지윤

 

 

  밤 안에 방이 하나 있어

  나 그곳에 든다

 

  문을 닫고

  문을 잠그고

  모로 누워 생각하니

  나 찾아 올 사람 없는데

  나 찾아 갈 사람 없는데

 

  방 안에 누워 생각할 수 있다는 거

  내 축복은 매번 불행 속에서 나온다

  눈을 감으면 밝아지는

 

  나오지 말자

  나오지 말자

  방 안에도 밤이 있을 텐데

  나 밤 안에 든다

 

  문을 열고 문을 닫고

  밤 안으로 방 밖으로

  뒤 돌아 걸어

  하나 둘,

  내가 지나온 발자국을 세는 일

 

  뒤가 앞이고 앞이 뒤인

  이젠 내 것이 아닌 기억들

  나는 몇 밤을 세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우린

  밤 속에 방에

  방 속에 밤에

  앞과 뒤가 이렇게 캄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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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7-3월호 <신작특집> 에서

  * 김지윤/ 2015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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