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로드킬/ 이용대

검지 정숙자 2017. 4. 6. 21:39

 

 

    로드킬

 

    이용대

 

 

  칭얼대는 젖먹이 위해

  밤길을 나선 고라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 못할 어둠 속에서

  눈앞을 스치는 먹이를 촉수로 더듬으며

  공포를 걷어차고 앞발을 내디뎠다

 

  언덕 앞에 숨어 있는 칡넝쿨을 넘다가

  긴 목이 부러질 정도로 꼬꾸라지면서도

  일어나고 일어서고

  또다시 일어나고…

 

  빙판 같은 도로를 가로질러야만 하는데,

  번개 같은 헤드라이트를 그림자같이 용케 피해

  길을 건너가야 콩밭에 들어설 수 있는데

  불빛은 창이 되어

  비킬 새 없이 와 닿았다

 

  조금만 천천히 달려줄 수는 없을까

  순간이라도 잠시만 멈춰줄 수는 없었을까

 

  멀어지는 바퀴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며

  가랑잎처럼 부서져 내린

  젊은 어미 고라니

 

  어린 것 숲에 둔 채

  아스팔트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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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月刊文學』2017-4월호 <시> 에서

   * 이용대/ 2003년『조선문학』으로 등단, 시집『제1 처음 만난 그날처럼 』『제2 아직도 못한 대답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