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김남조(金南祚)
시詩를 쓰다 지워버린
전날의 구절들을 되읽어 본다
관절이 삐걱거려 피와 살을 입혀주지 못했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의 실패한 문장일 수 있고
나를 버린 그들의 판단은
지당했으리
세상이 적막해진다
적막의 병정들이 불심지 밝혀들고 온다
구름처럼 몸 부풀리면서
적막의 군대가 온다
아니다
고요함은 탁월한 능력
사람은 소란으로 가득 차 있어 어지럽다
사람은 어지럽다 맞다
사람에겐 은총이 있다
못다 부른 긴 악보의 찬미가가 있다
사람과 피조물 사이
전류가 흐른다 맞다
사람에겐 샘물처럼 주야로 고여 오는
눈물이 있다
사람은 측은한 존재이다
측은하다 맞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일
한번쯤은 나쁘지 않다
맞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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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2017-봄호 <이달의 시인>에서
* 김남조(金南祚)/ 1927년 대구 출생, 일본 규슈(九州)에서 여학교를 마치고, 1950년 《연합신문》으로 등단,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시집『목숨』『사랑초서』외, 수필집『그래도 못다한 말은』『사랑 후에 남은 사랑』외, 대한민국문화예술상 ·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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