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람 이야기/ 김남조

검지 정숙자 2017. 4. 4. 10:45

 

 

    사람 이야기

 

    김남조(金南祚)

 

 

  시를 쓰다 지워버린

  전날의 구절들을 되읽어 본다

  관절이 삐걱거려 피와 살을 입혀주지 못했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의 실패한 문장일 수 있고

  나를 버린 그들의 판단은

  지당했으리

 

  세상이 적막해진다

  적막의 병정들이 불심지 밝혀들고 온다

  구름처럼 몸 부풀리면서

  적막의 군대가 온다

 

  아니다

  고요함은 탁월한 능력

  사람은 소란으로 가득 차 있어 어지럽다

  사람은 어지럽다 맞다

  사람에겐 은총이 있다

  못다 부른 긴 악보의 찬미가가 있다

  사람과 피조물 사이

  전류가 흐른다 맞다

  사람에겐 샘물처럼 주야로 고여 오는

  눈물이 있다

  사람은 측은한 존재이다

  측은하다 맞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일

  한번쯤은 나쁘지 않다

  맞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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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상』 2017-봄호 <이달의 시인>에서

   * 김남조(金南祚)/ 1927년 대구 출생, 일본 규슈(九州)에서 여학교를 마치고, 1950년 《연합신문》으로 등단,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시집『목숨』『사랑초서』외, 수필집『그래도 못다한 말은』『사랑 후에 남은 사랑』외, 대한민국문화예술상 ·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