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조건과 반응/ 황인찬

검지 정숙자 2017. 4. 2. 20:44

 

 

    조건과 반응

 

    황인찬

 

 

  "개는 너무 슬픈 동물이야"

  옆 테이블의 남자가 말했다

 

  너는 그냥 창밖을 보고 있었고

 

  "자꾸 뭘 바라잖아,

  사람 얼굴을 보면서……"

 

  호수 공원 옆의 카페였다 커다란 고무 오리를 보러 온 사람들로 가

득한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게 너무 슬프다고……"

  남자의 테이블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그 모습이 조금 무섭다고 나는 생각했고

 

  너는 그냥 창밖의 오리를 보고 있었다 아니면 오리를 보고 즐거워하

는 사람들을

 

  "개는 너무 슬픈 동물이야……"

 

  남자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나는 애써 그를 보지 않았다 울고 있는

어른을 보면 어쩐지 죄 짓는 기분이 드니까

 

  사람들은 가만히 떠 있는 오리를 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얼굴로

 

  "자꾸 뭘 바라게 된다고……"

 

  잠깐 졸았던 것일까,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그는 이미 떠나 있었고,

 

  네가 슬픔과 피곤함을 구분할 수 없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십육 미터의 거대한 오리를 보며 자꾸 귀엽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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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17-봄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황인찬/ 1988년 안양 출생, 201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구관조 씻기기』『희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