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혹이 사라질 즈음/ 김송포

검지 정숙자 2017. 4. 2. 20:28

 

 

    혹이 사라질 즈음

 

    김송포

 

 

  나는 오늘 살아 있다. 나는 오늘 죽어 있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나는 죽었다. 피고 있다

  머릿속에서 혹이 피었다

  여기저기 피는 저 환한 자유를 죽일 수 없다

  손톱으로 각질을 떼어내도 혹은 수시로 일어선다.

  내 안에 우주가 생겼다

  당신이라는 커다란 우주가 매일 들락거린다

  곧 사라질 당신이지만 양귀비가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

  혹, 죽이면 당신이 지워질 거라고 믿었고

  혹은 추울 때마다 불을 켰다

  내 머리를 관통하는 출구였다

  나의 몸속에 우주적인 길을 내어 피를 맑게 할 당신이 옆에 있다

  누가 나에게 화관을 얹어 줄 수 있을까

  이쁘다. 당신이라고 부르짖은 너는 모자였다

  가을이 가면 죽을지 몰라 겨울이 오면 돌아올지 몰라

  혹이 자라면 어머니가 만들어준 방에 들어가야 해

  42도의 온도로 유지된 방에서 놀다 가야 해

  피지 말아야 할 당신이라는 꽃은 죽다 살아나고 살았다가 죽는다.

  모자를 벗어야 할 즈음 우주로 피어 있을 혹

  있다가 사라지곤 하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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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17-봄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김송포/ 1960 전북 전주 출생,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집게』『부탁해요 곡절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