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이 사라질 즈음
김송포
나는 오늘 살아 있다. 나는 오늘 죽어 있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나는 죽었다. 피고 있다
머릿속에서 혹이 피었다
여기저기 피는 저 환한 자유를 죽일 수 없다
손톱으로 각질을 떼어내도 혹은 수시로 일어선다.
내 안에 우주가 생겼다
당신이라는 커다란 우주가 매일 들락거린다
곧 사라질 당신이지만 양귀비가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
혹, 죽이면 당신이 지워질 거라고 믿었고
혹은 추울 때마다 불을 켰다
내 머리를 관통하는 출구였다
나의 몸속에 우주적인 길을 내어 피를 맑게 할 당신이 옆에 있다
누가 나에게 화관을 얹어 줄 수 있을까
이쁘다. 당신이라고 부르짖은 너는 모자였다
가을이 가면 죽을지 몰라 겨울이 오면 돌아올지 몰라
혹이 자라면 어머니가 만들어준 방에 들어가야 해
42도의 온도로 유지된 방에서 놀다 가야 해
피지 말아야 할 당신이라는 꽃은 죽다 살아나고 살았다가 죽는다.
모자를 벗어야 할 즈음 우주로 피어 있을 혹
있다가 사라지곤 하는 당신
----------------
*『문학청춘』 2017-봄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김송포/ 1960 전북 전주 출생,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집게』『부탁해요 곡절 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람 이야기/ 김남조 (0) | 2017.04.04 |
|---|---|
| 조건과 반응/ 황인찬 (0) | 2017.04.02 |
| 권온_반복과 변주의 음악, 사물과 육체의 손깍지(발췌)/ 맨손 : 이정록 (0) | 2017.04.02 |
| 이병헌_정중동의 시학(발췌)/ 말의 입 : 곽경효 (0) | 2017.04.01 |
| 밥당숙/ 박종현 (0) | 2017.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