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시>
말의 입
곽경효
1
내가 쓴 말이 나를 지우기도 한다
가끔은 다시 쓰고 싶은 말도 있다
2
저수지의 고요한 수면 위를 차고 오르는 새 떼들
반짝! 햇살이 날개에 실려 날아간다
가벼운 몸의 언어들이 촘촘히 얽혀
아무런 수식이나 설명도 없이
높은 하늘을 아찔하게 흔들어 놓는다
나는 단숨에 한 무리의 문장을 읽는다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누가 저토록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을까
새들이 나를 끌고 간다
이제까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말의 입 속으로
-전문-
▶ 정중동의 시학(발췌) _ 이병헌/ 평론가
1연에서 이 시의 화자는 본질에 가 닿지 못했거나 나를 반영하지 못한 글을 지우거나 다시 쓰고 싶다고 한다. 2연의 '새 떼들'은 「세상 밖으로」의 새들처럼 힘차게 날갯짓하며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새들이 단순히 결핍이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만을 열망하는 것은 아니다. 새 떼들의 비상은 스스로 높은 하늘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형상화된다. 이 아름다운 말은 '나'를 창작의 공간으로 이끌어준다. 이 작품에는 등단 당시의 드높은 포부와 시인으로서의 열망이 담겨 있다. 우리는 곽경효 시인이 어떤 충격파를 벗어나 원래의 시적 출발점이었던 정중동의 시학으로 돌아가 더욱 천착하기를, 아니 그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적 지평을 열어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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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경계』 2017-봄호 <오늘의 주목할 시인>에서
* 곽경효/ 전북 무주 출생, 200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달의 정원』
* 이병헌/ 서울 출생,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평론집 『내면의 열망』외, 대진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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