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밥당숙/ 박종현

검지 정숙자 2017. 4. 1. 23:15

 

 

    밥당숙*

     -정월 초하루

 

    박종현

 

 

  핏발 선 당숙의 눈에 비친 세상은

  늘 고주망태였다

  어디서 다쳤는지도 모르는 광대뼈 마르지 않은 피딱지에선

  명자꽃 비릿한 향이 진동했다

  내 자연공책 한 귀퉁이를 별모양 반창고로 찢어 붙여드린 날부터

  아침 끼니때면 찾아오던 당숙

  뜨거운 물밥 한 대접 게 눈 감추듯 들이키는

  새까만 목덜미엔 겨울 아지랑이가 피아오르곤 했다

  제 이름 석 자도 쓸 줄 모르는

  동가식서가숙 숫총각 

  불혹不惑의 나이에 돌무덤 하나만 남긴 채 세상을 뜬 당숙

  정월 초하룻날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고샅길에 뿌려두고

  어동육서 좌포우혜는 샛강에다 풀어놓고

  뜨거운 밥당숙 한 대접

  눈도 감지 못한 조기며 상어 돔배기 안주 삼아

  상향尙饗하옵시길,

  아침 햇살마저 떼 지어 차례상에 모여드는 진시辰時다.

     -전문-

 

   * 밥당숙: 밥에 물을 붓고 끓여 밥도 죽도 아닌 밥의 당숙뻘, 60_70년대 서민들이 끼니로 먹던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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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경계』 2017-봄호 <신작시>에서

  * 박종현/ 경남 창녕 출생, 1990년《부산일보》신춘문예 · 199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절정은 모두 하트 모양이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