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정온
열여덟 키 큰 남자아이는
절대 아무도 내 몸에 손댈 수 없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때 밀어드립니다' 목욕탕 앞에서 창피한 줄 모르고 도리질 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누가 그 몸에 손을 댑니다
속옥까지 벗깁니다
여드름 몇 오른 이마와 보드라운 귓속과 간지럼 타는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찬 알코올로 닦아냅니다
바르르 떠는 실핏줄들 벌떡 일어나 "싫다고!" 소리치며 침상을 엎어야 하는데
가만히 누워만 있네요
손가락 하나면 금방 찢어질 한지에 맨몸을 싸는데
두 주먹만 꼭 쥐고 있네요
아마도,
무서웠나 봅니다
바다가 얼까요
산도 들도 춥다고 흰 눈을 눈썹까지 덮고 누웠는데 또 눈이 옵니다
얼면 흰 눈이 쌓일까요
눈을 소복이 덮고 누워서 따뜻하다고 이젠 괜찮다고
잊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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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경계』 2017-봄호 <신작시>에서
* 정온/ 전북 김제 출생,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오, 작위 작위꽃』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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