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장례식이라 하면 어떨까요?
김영산
이제 그만 보낼 때가 되었습니까?
지난 십여 년 종이관에서 죽어지냈으니
문자들의 다비식을 치를 때가 되었습니까?*
입에만 맴돈 둥그런 말들 쌓았습니다
가슴으로 빠개 논 장작은 눕혔습니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담긴 책들을 펼치고
국립중앙박물관 도록에 미소하는 금빛 불상
몇 장을 불비처럼 세워 모시고
수백 수천 권 죽은 책들을 또 눕히고
장작더미 허리는 염습하듯 종이로 둘둘 말아
불을 댕깁니다, 벌건 불빛 속 등신불처럼
몇은 앉고 몇은 돌고 돕니다 둥근 환한 불고리는
연기가 빠져나가며 생겨납니까?
두 손 모으고 이윽히 책들의 장례를
지켜보는 이는 책을 낳은 솔 출판사 임우기 선생
다 타버리기 전 꼭 한번은 불의 제단이 될 것입니다
다 타지 않은 종이에 조각의 구름과 불 속의 반가사유상
다 타버린 책들의 결이 보일 것입니다
그 결 따라 잿더미 문자들이 빠져나갔습니까?
고운 결은 왜 죽은 뒤에야 보입니까?
-전문-
* 시인 주용일은 두 권의 시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첫 시집 『문자들은 따뜻하다』에서 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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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경계』 2017-봄호 <신작시>에서
* 김영산/ 전남 나주 출생, 1990년『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하얀 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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