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이버 블링cyber bullying*/ 김지희

검지 정숙자 2017. 3. 31. 23:38

 

 

    사이버 블링cyber bullying*

 

    김지희

 

 

  밤의 창문처럼 켜져 있는 모니터 속

  죽어 있는 저녁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전선의 불을 타고 온 몇몇의 혀가

  절벽 위에 서 있을 언어를 찾아 몰려다닌다

 

  낮과 밤이 경계 없이 지내듯

  손바닥에 불이 가득한 채 모니터 밖으로 튀어나올 듯

  자신마저 잊고 격정적으로 플라맹고 춤추는 사람은 없고

  햇빛을 모아 태워버리고 싶은 모니터 속 언어들

  흡반같이 사람들 몸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메마른 나뭇가지는 제 목소리로 톡톡 부러지고

  길 잃은 말들은 미친 듯

  사막에 난 길처럼 사람들 마음속을 무단 횡단한다

  얼굴도  없이 혀만 날름거릴 뿐 어떤 의미에도 닿지 못하고

  온갖 칼 휘두르는 말

  뒹구는 죽음을 빨아먹고 버려진 절망도 핥아먹으며

  수천만 개로 쪼개진 새의 날개를 강물에 던져

  길 밖으로 튕겨져 나간 사람들이

  참 위태로운

  말풍선들이 터질 듯 부풀어져 있다

  밤 지새우며 켜진 모니터

  제 자신은 아무것도 비치지도  못한다

  울음이 지켜선 밤 이윽고 아득한 별빛

  한 여자가 창틀을 쥐고

  가슴속 붉은 실타래를 풀어

  오늘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암흑 속에 수를 놓는다

  죽어도 살아있는 것

  죽은 나무가 살아 연주하는

  피아노의 맑은 옥타브를 이루고  있다

     -전문-

 

  *사이버블링: 사이버 세상에서 한 개인이나 그룹이 특정인을 의도적 악의적(악성 댓글 적대적 발언 등)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동, 또는 그러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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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토피아』2017-봄호 <신작시>에서

  * 김지희/ 2006년 『사람의문학』· 2014《영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토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