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상투적인 봄/ 하두자

검지 정숙자 2017. 3. 30. 12:30

 

 

    상투적인 봄

 

    하두자

 

 

  폭설의 감옥을 지나온 우리는 이 봄이 가도 좋아

  붉어지는 꽃비늘을 뜯어 서로 조금씩 사랑하며

  퐁, 퐁, 가볍게도 터지며

 

  서로 할퀴는 가늘고도 긴 손톱도 숨기고

  봄비를 훔쳐 빗소리에 젖은 지붕까지도 밀어 넣으면서

 

  순정의 목련, 순정의 낭만, 순정의 빗방울들이

  터널의 겨울에서 터널의 봄으로

  뭉텅 뭉텅 거품을 무는, 아무에게나 열어주는 연두로

  그런 순서대로 배열하고 또 누군가 훔쳐가면 어때

 

  겨울과 봄을 헝클어대는 따스한 햇살이

  둥근 혀를 말아서 진실을 말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귀 기울여 봐

  두서없이 피는 꽃들이

  밥알처럼 터지는 사이, 사이를 꽃들은 진실만을 말한다고 하네

  상투적인

 

  봄, 봄비

  너무 외로워서 웃기는, 너무 쓸쓸해서 알쏭달쏭한

  시도 때도  없이 철없이 피었다가 넘어지는

  붉게 타오를 꽃들의 봄밤에서 봄날까지

 

  경배하듯 자지러지게 어깨를 두드리는

  화창하지 않은 봄, 봄날에

    -전문-

 

   * 책에 발표된 제목 '새벽을 프린팅 하다'는 편집과정에서의 착오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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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토피아』2017-봄호 <신작시>에서

  * 하두자/ 1998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물수제비 뜨는 호수』『불안에게 들키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