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리토피아문학상 / 수상자 자선시>에서
나뭇잎은 나무의 입이다
정미소
해질녁, 2층 방 창문을 두드리는 먹감나무의 두툼한 입술에 귀 기
울인다 말하고 싶어 내 창을 기웃거리는 안색이 붉은 나뭇잎, 달싹
거리는 잎을 따라 줄기와 몸통에 고인 말들의 문이 문을 두드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아랫입술을 도르르 말았다가 펴는 입, 말매미의
울음과 고추잠자리 쉬어간 자국마다 실주름이 진다 빈 감꼭지가 풋
풋한 여름으로 차오르는 소리를 듣는다 천둥과 장맛비와 긴 가뭄이
가두었던 먹감나무의 깊은 그늘이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고 있다
나무의 입이 무거운 속내를 열고 있다.
-전문, 수상시집 『벼락의 꼬리』에서, 2017. 리토피아 刊
▶ 시적 순간과 형이상학적 순간(발췌) _ 권경아
"시는 순간적인 형이상학이다"라고 바슐라르는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짧은 시작품을 통해서 우주에 대한 하나의 비전과 영혼의 비밀, 하나의 존재와 사물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시간을 단순히 따라간다면, 그것은 삶보다 못할 것이다. 그것은 삶을 부동화하고 기쁨과 고통의 변증법을 현장에서 체험할 때에만 삶과 같을 수 있다. 그때 그것은 지극히 분산되고 지극히 분열된 존재가 자신의 통일성을 정복하는 본질적인 동시성의 원리가 된다는 바슐라르의 진술은 의미심장하다. 정미소가 보여주는 삶의 시간은 기쁨과 고통의 변증법을 삶의 현장에서 체험함으로써 시적 순간을 생성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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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2017-봄호 <제7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 자선시/ 작품론>에서
* 정미소/ 2011년『문학과창작』으로 등단 , 시집『구상나무 광재』『벼락의 꼬리』
* 권경아/ 2003년 『시와세계』로 등단,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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