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풍설야귀인/ 김진돈

검지 정숙자 2017. 3. 25. 21:33

 

 

    풍설야귀인

     -최북

 

    김진돈

 

 

  미술관으로 향해 걷고 있을 때

  좁은 골목길에 남루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조실부모한 후 한양에서 움막집에 살며

  세간살이 하나 없는 단칸방에서

  종일 그림만을 그렸다지

 

  아침 한 장 그려 아침을 먹고

  저녁 한 장 그려 저녁을 때우고

 

                                         키는 작지만 반골기질이 충만한 야인

                       가난해도 아무에게나 그림을 팔지 않았던 위풍당당

     돈푼께나 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함부로 하는 사람이면 바가지를

                                               씌우거나 그림도 팔지 않았다는

                       양반이랍시고 동양화에 왜 물이 없나고 빈정거리면

                                              그림 밖은 다 물이라고 몰아쳤던

 

  그의 기개를 보고 있었다

 

  매섭고 괴팍한 개성이 화선지 밖으로 뻗쳐 나오는

  한바탕 쏟아 부을 것 같은

  때로는 부드럽고 따뜻한

  고독한 광생狂生

 

  손가락으로 거칠게 먹물을 긋는 그의 눈빛과 마주치자 덜컹, 꿈을 깼다

 

  세차게 눈보라치는 눈보라 속을 헤치고 태연히 걸어가는 그림 속 나그

거침없는 성격의 고달픈 자신인가

  사회에 대한 반항과 부정을 넘어

  기존의 통념에 도전한

  도화서 화원도 아닌 조선의 최초 직업화가였다지

 

  끝없는 절대 자유를 추구했던 호생관

 

  미술관에서 걸어 나왔을 때

  좁은 골목길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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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세계』 2017-봄호 <시>에서

   * 김진돈/ 2011년 『열린시학』『시와세계』로 등단,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