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설야귀인
-최북
김진돈
미술관으로 향해 걷고 있을 때
좁은 골목길에 남루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조실부모한 후 한양에서 움막집에 살며
세간살이 하나 없는 단칸방에서
종일 그림만을 그렸다지
아침 한 장 그려 아침을 먹고
저녁 한 장 그려 저녁을 때우고
키는 작지만 반골기질이 충만한 야인
가난해도 아무에게나 그림을 팔지 않았던 위풍당당
돈푼께나 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함부로 하는 사람이면 바가지를
씌우거나 그림도 팔지 않았다는
양반이랍시고 동양화에 왜 물이 없나고 빈정거리면
그림 밖은 다 물이라고 몰아쳤던
그의 기개를 보고 있었다
매섭고 괴팍한 개성이 화선지 밖으로 뻗쳐 나오는
한바탕 쏟아 부을 것 같은
때로는 부드럽고 따뜻한
고독한 광생狂生
손가락으로 거칠게 먹물을 긋는 그의 눈빛과 마주치자 덜컹, 꿈을 깼다
세차게 눈보라치는 눈보라 속을 헤치고 태연히 걸어가는 그림 속 나그
네 거침없는 성격의 고달픈 자신인가
사회에 대한 반항과 부정을 넘어
기존의 통념에 도전한
도화서 화원도 아닌 조선의 최초 직업화가였다지
끝없는 절대 자유를 추구했던 호생관
미술관에서 걸어 나왔을 때
좁은 골목길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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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계』 2017-봄호 <시>에서
* 김진돈/ 2011년 『열린시학』『시와세계』로 등단,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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