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한 오후
김진돈
갈참나무 아래
줄 끊어진 빛바랜 기타
전국을 돌며 어디서나 부르면 음표를 꺼내주었을
한때 누군가를 웃기고 울렸을
진달래꽃이 피면
지인에게 들려주었을
바람이 분다
한여름 연꽃이 필 때
햇살이 내리쬐는 휜등나무 아래 입을 모아
한 곳으로 발길을 휘감았을
아무도 주위에 서성거리는 사람 없는
어둡고 추운 겨울의 허리
이빨도 빠지고 무릎관절도 삐뚤어지고
지나가는 바람과 호흡을 맞출 때면 한 번씩 헛기침이 나올 뿐
골목어귀 골방에서 기타 소리 한 줄 새어 나오자
내 다리가 팽팽한 줄처럼 진동한다
끊어진 줄을 서툴게 감았던 때가 있었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바람도 낯을 가리는
봄은 떠나고 있었구나
지평선에 걸린 기타 한 줄
갈참나무 아래 비스듬히 누워있다
허리를 구부린 채 누워 있는 주름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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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계』 2017-봄호 <시>에서
* 김진돈/ 2011년 『열린시학』『시와세계』로 등단,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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