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비스듬한 오후/ 김진돈

검지 정숙자 2017. 3. 25. 21:18

 

 

    비스듬한 오후

 

    김진돈

 

 

  갈참나무 아래

  줄 끊어진 빛바랜 기타

  전국을 돌며 어디서나 부르면 음표를 꺼내주었을

  한때 누군가를 웃기고 울렸을

 

  진달래꽃이 피면

  지인에게 들려주었을

  바람이 분다

  한여름 연꽃이 필 때

  햇살이 내리쬐는 휜등나무 아래 입을 모아

  한 곳으로 발길을 휘감았을

 

  아무도 주위에 서성거리는 사람 없는

  어둡고 추운 겨울의 허리

  이빨도 빠지고 무릎관절도 삐뚤어지고

  지나가는 바람과 호흡을 맞출 때면 한 번씩 헛기침이 나올 뿐

 

  골목어귀 골방에서 기타 소리 한 줄 새어 나오자

  내 다리가 팽팽한 줄처럼 진동한다

  끊어진 줄을 서툴게 감았던 때가 있었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바람도 낯을 가리는

 

  봄은 떠나고 있었구나

  지평선에 걸린 기타 한 줄

 

  갈참나무 아래 비스듬히 누워있다

  허리를 구부린 채 누워 있는 주름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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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세계』 2017-봄호 <시>에서

   * 김진돈/ 2011년 『열린시학』『시와세계』로 등단,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