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천변의 잠/ 김네잎

검지 정숙자 2017. 3. 27. 01:32

 

 

    천변의 잠

 

    김네잎

 

 

  내 얼굴은 어디로 잠적했을까?

  냇물이 그린 나의 몽타주는 나를 닮지 않았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세 번째 계단 밑에 앉아

  수초를 흉내 내며 졸았던 것 같다

 

  산책자들이

  안거나

  안기거나

  손을 잡는 방법으로 천변을 구성할 때

  냇물 속 모든 투명이 외로워서 흐물거릴 때

  달아날 수 없던 꽃들이

  내 발등에 기대고 잠들었던 것 같다

 

  산책자들이

  둘이거나

  셋이거나

  손을 잡는 방법으로 천변을 지날 때

  냇물은 산책자들과 무관한 표정이 되고

 

  늪을 향해 나 혼자만 졸음처럼 흘렀던 것일까?

  저렇게 무늬 없는 여자를 내 안에 던져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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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17.1-2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네잎/ 2016년《영주일보》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