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누가 내 악몽을 키웠나/ 김태우

검지 정숙자 2017. 3. 23. 13:33

 

 

    누가 내 악몽을 키웠나

 

    김태우

 

 

  꿈에 발을 넣었다

 

  내가 지면보다 낮은 방에 있다 홀로 누워 있다 이 방은 밤이 빨리

찾아온다 어둠도 자주 놀러온다 어둠은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밀어낸다 내가 방의 여백을 된다 특히 이 방은 태아자세가 어울

린다 내가 벽에 붙어 손가락을 빤다

 

  꿈에서 발을 헛디뎠다

 

  윗방에서 인기척이 난다 위에서 물을 쏟았는지 방안이 축축하다

사과를 깎는 소리가 들린다 무릎이 지면에 닿자 울음소리도 난다

층간 소음이 내 쪽으로 쏟아진다 내가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나머

지 손가락을 센다

 

  꿈의 바깥을 서성였다

 

  눈을 뜬다 내가 방안에 있다 밖에서 낯익은 대화가 들린다 내가

몸을 일으켜 문을 찾는다 문이 없다 내가 소리를 지른다 밖에서 나

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더 큰 소리를 지른다 문을 닫는 소리

가 들린다 내가 다시 눈을 감는다

 

  꿈을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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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시대』 2017-봄호 <신작시>에서

  * 김태우/ 대전 출생, 2015년『시인수첩』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