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종교배/ 김태우

검지 정숙자 2017. 3. 23. 13:23

 

 

    이종교배

 

    김태우

 

 

  나의 첫 애완동물은 나의 그림자였습니다. 나를 닮은 녀석은 햇빛을 참 무서워했지요. 어느 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 적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내가 애완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시킨 날이었죠. 그날따라 유독 태양이 나를 따라왔어요. 나를 닮은 녀석은 태양을 처음 봤고요. 그 녀석은 태양을 보고 놀랐는지 내 등 뒤에 숨었어요. 그날 이후 내 등 뒤에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날부터 내 등 뒤에 살았지요. 이런 날도 있었어요. 내가 녀석과 산책을 하다 쉬고 있었는데요. 그날따라 녀석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 뒤에 숨은 녀석을 불렀죠. 녀석은 태양을 피해 나를 그늘로 데리고 갔어요. 녀석은 그늘을 보고 안심했는지 내 등 뒤에서 뛰어내렸어요. 그 다음 그늘 속으로 들어갔죠. 녀석은 그늘과 눈이 맞았다고 했어요. 그 후 녀석을 볼 수 없었어요. 나는 그늘에게 녀석을 빼앗기고 공원을 나섰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나를 계속 따라오는 짐승이 있었는데요. 나의 두 번째 애완동물이었죠. 나는 그늘에게 그 녀석을 빼앗기기 싫었어요. 나는 그 녀석에게 청혼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 혼인 계약서도 썼어요. 남몰래 지장도 찍고 지하 방에서 식도 올렸죠. 그 녀석의 약삭빠른 모습에 반했다고나 할까요. 그 녀석은 매력이 넘쳤고 첫 번째 애완동물과 달랐어요. 나의 영역에서만 놀았지요. 내게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지요. 나는 그림자와 첫날밤을 치렀어요. 그 때 태어난 아기가 있는데요. 사람들은 그 아이가 그늘을 닮았다고 했어요. 그늘에서 잃어버린 짐승과 똑같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나는 그 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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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시대』 2017-봄호 <신작시>에서

  * 김태우/ 대전 출생, 2015년『시인수첩』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