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항/ 윤진모

검지 정숙자 2017. 3. 22. 20:48

 

 

    어항

 

    윤진모

 

 

  꿈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움 묻으며 어항 속에 놓아주었다

  그곳에 살고 있을 너의 핏줄인 동족

  그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푸른색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비린내 진동하던 날

  구석에 옴츠려 살점이 뜯긴 채 고통으로 휜 너를 발견했다

  비틀거리다 한쪽으로 쏠려

  번번이 바닥에 닿으며 넘어지다

  다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크게 소리 한 번 질러 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다 시름시름 죽어가던

  눈물로 가득 찬 세상만 있었다

  차마 눈 감지 못한 채

  한쪽 눈만 뜬 너를 떠나 보내며

  허물어진 세상을 잘못 보아버린

  나 자신을 질책하며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버리고

  물어뜯긴 상처를 지우고 또 지우고

 

  허공 떠돌고 있는 목소리들

  저마다 금빛 비늘 드러내며 유연히 헤엄친다

  몸 속 가시 숨긴 채

 

  오늘도 어항 속 세상은 평안하다

 

    ----------------

  *『시와정신』 2017-봄호_미주문학 특집 <신작시>에서

  * 윤진모/ 서울 출생, 『시와정신』으로 등단, 재미시인협회, 현재 윤패밀리 척추신경 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