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화두
강우식
한해 겨울을 작은 암자에서 스님과 같이 난 적이 있다
밤새 눈은 쌓이고 만산천지가
바람도 자는 고요로 채워지는데
스님이 가끔씩 산을 쩡쩡 울리며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까
스님께서 무릎을 탁 치며
"귀 뚫렸으니 됐네.
이 암자에서 더 듣고 깨칠 것이 없네.
날이 밝으면 하산 하시게나.
속세로 나가서 나뭇가지들의 뼈 부러지는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사람들에게 옯기게나"라고 하셨다.
"스님, 들었다고 어이 다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며
보았다고 어이 사물의 본태를 알겠습니까.
촛불은 들었다고 다 든 것이 아니요
바람이 휘익 지난다고 다 꺼지는 것도 아니며
든 촛불도 다 같은 촛불일 수 없듯이
듣고 보았다고 한들 촛불을 보았는지 사람을 보았는지?
본 것이 다 본 것이 아니요
들은 것이 들린 게 다 아니라는 말씀은
눈으로 보았다고 본 대로 눈을 빛내지 말고
귀로 들었다고 들은 귀를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까.
설사 들었어도 귀를 저 내리는 눈으로 막고
본 것일지라도 저 감나무에 앉아 천연한 까마귀처럼
까막까막하라는 뜻도 깃들지 않으셨는지요."
"허 바깥 눈 한 번 푸짐하게 잘 오는구나.
저 눈 한 지게에 다 실을 수 있겠느냐.
내년 춘삼월 청와대에 눈길 뚫려
초록 잎 돋고 어떻게 꽃피는지 기다려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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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창작』 2017-봄호 <문학과창작 신작시> 에서
* 강우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꽁치』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