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겨울 화두/ 강우식

검지 정숙자 2017. 3. 21. 13:01

 

 

    겨울 화두

 

     강우식

 

 

  한해 겨울을 작은 암자에서 스님과 같이 난 적이 있다

  밤새 눈은 쌓이고 만산천지가

  바람도 자는 고요로 채워지는데

  스님이 가끔씩 산을 쩡쩡 울리며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까

  스님께서 무릎을 탁 치며

  "귀 뚫렸으니 됐네.

  이 암자에서 더 듣고 깨칠 것이 없네.

  날이 밝으면 하산 하시게나.

  속세로 나가서 나뭇가지들의 뼈 부러지는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사람들에게 옯기게나"라고 하셨다.

 

  "스님, 들었다고 어이 다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며

  보았다고 어이 사물의 본태를 알겠습니까.

  촛불은 들었다고 다 든 것이 아니요

  바람이 휘익 지난다고 다 꺼지는 것도 아니며

  든 촛불도 다 같은 촛불일 수 없듯이

  듣고 보았다고 한들 촛불을 보았는지 사람을 보았는지?

 

  본 것이 다 본 것이 아니요

  들은 것이 들린 게 다 아니라는 말씀은

  눈으로 보았다고 본 대로 눈을 빛내지 말고

  귀로 들었다고 들은 귀를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까.

  설사 들었어도 귀를 저 내리는 눈으로 막고

  본 것일지라도 저 감나무에 앉아 천연한 까마귀처럼

  까막까막하라는 뜻도 깃들지 않으셨는지요."

 

  "허 바깥 눈 한 번 푸짐하게 잘 오는구나.

  저 눈 한 지게에 다 실을 수 있겠느냐.

  내년 춘삼월 청와대에 눈길 뚫려

  초록 잎 돋고 어떻게 꽃피는지 기다려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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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17-봄호 <문학과창작 신작시> 에서

   * 강우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꽁치』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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