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생
권우용
할 줄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
그러니께 그게 무엇인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더란 말이여!
몸살감기에 드러누운 할멈이
열이 몇 도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이불 뒤집어쓰고 끙끙 앓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다가
"병원에 입원하러 가자" 했더니
들릴락 말락 무어라 구시렁구시렁 대꾸하는 말이
"운전도 못하면서… 119를 부를 깅교… 택시를 부를 깅교…,"
이런 내용이었으니 내 무능에 대한 원망과 핀잔이 아닌가
한참 부끄럽고 무안해 죽은 듯이 있다가 또 용기를 내어
"뭣 좀 먹어야 안 되나?" 했더니
"당신이 죽을 끓일 수 있능교… 무얼 하겠능교…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뭐 있능교?"
음- 하며 돌아눕는 눈가에 찔끔 눈물도 보인다
그래 그러고 보니 그게 틀린 말이 아니다
라면 끓이는 법을 이제 겨우 배운 사람이
흰 죽을 무슨 재주로 끓인담!
할 줄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들
그러니께 모든 것이 그렇고 그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니
낙제생
나는 이제 나이만 여든이 되었지
아무 쓸모없는 낙제생이더라는 그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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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인』 2017-봄호 <시> 에서
* 권우용/ 2010년 『문학예술』로 등단, 수필집『아버지의 새벽 편지』, 시집『여든 즈음, 그래도 즐거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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