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버지의 남도창/ 백운순

검지 정숙자 2017. 3. 19. 14:05

 

 

    아버지의 남도창

 

    백운순

 

 

  술 한 잔도 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유일한 낙은

  구성지게 창을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절절했던 아버지는

  마을 이름을 되뇌어

  지는 해를 두드리며

  걸죽한 소리로 뽑아내던 남도창 한 가락

 

  시름없는 세월을 뱉어내던

  그 소소한 즐거움은

  후두암 수술로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아! 아버지

  마른 하늘을 찢는 고통으로

  절규로 부르짖던 핏빛 덩어리,

  간절하게 걸러낸 쉰 목소리로

  경건한 기적을 쌓아올렸지요.

 

  홀로 만나야 하는 빛 앞에서

  이승의 되새김을 쏟아

  오롯이 피어나는 애절한 가락을

  나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날은

  스러져 가는 호흡을 붙들고

  골 깊은 골짜기로 불어오는 바람 앞에서

  휘감겨 오는 서러운 목청으로

  가장 진한 남도창을 연신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

   *『한국문학인』 2017-봄호 <시> 에서

   * 백운순/ 2003년 『한국시』로 등단, 저서『비어 있는 들판』『가을숲의 동화를 위하여』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두/ 최춘희  (0) 2017.03.21
낙제생/ 권우용  (0) 2017.03.19
滴에 대하여/ 김신용  (0) 2017.03.18
밤의 아리아/ 이령  (0) 2017.03.18
신도 때가 되면 죽는다/ 윤석산  (0) 2017.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