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밤의 아리아/ 이령

검지 정숙자 2017. 3. 18. 12:43

 

 

    밤의 아리아

 

    이령

 

 

  빈 방에 누워 입각점을 찾는 난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밤

이네 창 너머 미립자 별들도 혼자서는 길을 잃고 별무리 지는 밤

이네 밤은 너무나 가혹한 미래여서 낮의 표정을 싹 갈아 치우네

소유거리에 들고 싶던 마당귀 소사나무조차 이참에 그림자를 접고

잠든 밤이네 밤은 세상의 보든 배반을 노래하는 디스토피아, 난 어

머니 배속에서부터 어둠을 사랑했네 성운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

까지 그림을 벗어나기 위해 함차게 어머니의 배를 두드리며 시간

의 테이프를 감아 또각또각 그림자를 그리며 놀았네 어머니는 씩

씩한 아들일 거라 꿈꿨겠지만 망원경은 이미 수 만년 동안 인간의

것은 될 수 없었네 이제 난 밤과 새벽의 경계에 서서 그림과 그림

자가 어우러지는 꿈을 애달피 구상하네 고서의 귀퉁이처럼 닳고

닳아 빈 방에 널브러진 난 그림 너머 그림자마저 사랑하기로 하네

세상에서 내가 설 곳을 찾기엔 어둠은 너무 빨리 죽는다고 느끼는

밤이네 어둠의 장막을 걷고 고상한 야만인처럼 새벽이 또 밝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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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2017-봄호 <신작시>에서

  * 이령/ 2013년『시사사』로 등단, 한중작가 공동시집『망각을 거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