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시인 특집>에서
滴에 대하여
김신용
滴은, 물방울이다
무언가에 매달려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그것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빨랫줄이나 전깃줄 혹은
처마 끝에 매달려 있기도 한다. 풀잎이나 넓은 토란잎에 맺혀 있기도
한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일 수도 있다
물방울은 개체이다. 물의 연속성에서 떨어져 나온, 자기 분열한 물의
세포 하나일 수도 있다. 물방울은, 그렇게 개별적인 존재이면서도 끊임
없이 다른 물방울을 끌어당긴다. 끊임없이 다른 물방울들을 부른다. 다
른 물방울과의 합일合一을 기다린다. 그것은 자가 분열이 아니라 증폭
이다. 물의 연속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증폭을 기다리고 손짓한다.
제 무게가 제 무게를 못 이길 때까지- 제 무게가 다른 무게와 합쳐져 또
하나의 무게를 얻을 때까지- 그렇게 무게 위에 무게가 얹혀져 어떤 아
득한 깊이로 떨어질 때를- 물방울은, 기다린다. 물방울의 표면장력은
그렇게 기다린다
그리고 다른 물방울과 겹쳐질 때의 떨림-, 그것은 전율이다
아득한 깊이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의 열락이다
저기,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하나가 바르르 떨고 있다
물방울과 물방울의 겹침, 혹은 매혹-
滴은, 물방울이다
무언가에 매달려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
*『포엠포엠』2017-봄호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작품>에서
* 김신용/ 1945년 부산 출생, 1988년『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버려진 사람들』『바자울에 기대다』외, 시선집『부빈다는 것』, 장편소설『고백』『새를 아세요?』외, 천상병시상 · 노작문학상 ·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 상' 등 수상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낙제생/ 권우용 (0) | 2017.03.19 |
|---|---|
| 아버지의 남도창/ 백운순 (0) | 2017.03.19 |
| 밤의 아리아/ 이령 (0) | 2017.03.18 |
| 신도 때가 되면 죽는다/ 윤석산 (0) | 2017.03.18 |
| 시답잖은/ 시답지 않은-넋두리/ 이낙봉 (0) | 2017.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