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염소나무/ 정미소

검지 정숙자 2017. 3. 18. 01:50

 

    염소나무

 

    정미소

 

 

  내 허파 속에는 울음이 갇혀 뿌리를 내린 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어요 염소나무예요 마음이 울적할 때 귀 기울이면

염소나무에 매인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지금은 별이

된 내 아기의 젖투정 같아요 젖투정에 놀란 새들이 천공관

을 타고 하늘로 푸드득 날아올라요 허파의 하늘에 새털구름

이 몰려와요 그때마다 나는 염소의 뿔을 가만가만 쓰다듬어

요 지금은 별이 된 내 아기가 염소의 눈에서 생긋 웃어요

염소의 목줄이 탯줄처럼 나무에 감겼다가 힘없이 풀어져요

놀란 염소가 나의 마른 유선을 부풀려요 초록으로 부푼 유

두가 아프도록 부어올라요 그날 밤 밤하늘에 오른 염소자리

성운을 보았어요 내 허파 속 울음이 갇혀 뿌리내린 나무가

사라졌어요 좁은 목줄기를 드나들던 염소가 사라졌어요 내

아기도 사라졌어요 그날 밤 내 허파에 다시 염소나무 한

그루 심었어요 그날 밤.

 

 

  해설> 한 문장: 서정시의 본질에 충실하다함은 간략하게 말해 "가장 주관적이며 개인적이며 일회적인 것으로 이 전에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정조(情調)를 열어 보인다."라는 독일 시학자 에밀 슈타이거의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백인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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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벼락의 꼬리』에서/ 2017. 1. 30. <리토피아> 펴냄

  * 정미소/ 2011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구상나무 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