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어머니의 방/ 김다솜

검지 정숙자 2017. 3. 3. 21:51

 

 

    어머니의 방

 

    김다솜

 

 

  손자와 손녀 결혼식 사진이 걸려 있고

  증손자와 증손녀 사진이 벽보처럼 붙어 있다

 

  약장수가 공짜로 준 휴지와 설탕이 몇 개나 있고

  장롱 위에 자신이 장만한 수의가 보자기에 싸여 있다

 

  사위가 해외 출장 갔다가 선물한 여우 목도리와

  첫애 낳고 해드린 금반지가 내 손바닥으로 돌아오는 날

 

  비 오면 빗물 마시면서 세수하고

  햇볕 나면 햇볕 마시면서 세수하신

  관세음보살 닮은 어머니, 어머니

 

  그 흔한 비타민이며 보약 철마다 드시지 않아도

  아흔 넘게 사시면서 용돈 달라 귀찮게 하지 않으신 어머니

  힘들다 외롭다 아프다 그 흔한 말 하지 않으신 어머니

  그저 공부 시켜주지 못해서 많은 재산 주지 못해서

  드리는 용돈마저 선뜻 받지 않으시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던 외삼촌 돌아가셨고

  큰 이모와 작은 이모도 어머니 두고 하늘로 가셨다

 

  고아처럼 혼자 남아서

  벽보처럼 붙은 사진을 보면서

  노인정 오고 가는 락(樂)으로

    -전문-

 

 

   해설> 한 문장: 「어머니의 방」에서 드러나는 일종의 가족사,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오빠 돌아가셨고/ 어머니의 큰 언니와 작은 언니도 어느 날 돌아가셨다/ 어릴 때 이모이자 고모, 삼촌이지 살다보면 남, 남인 것을/ 막내 이모부만 명절에 만나서 이별 연습을 하더니 오지 않으신다"는 사실은 세월의 흐름 이상의 그 무엇을 시인에게 각인시킨다. 일종의 단독자 의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고아처럼 혼자 남아서/ 벽보처럼 붙은 사진을 보"는 어머니를 통해 오늘의 시인에게 전이(轉移)된 시적 계기일 것이다. (백인덕/ 시인)

 

  ----------------

 * 시집『나를 두고 나를 찾다』에서/ 2017.1.30. <리토피아> 펴냄

 * 김다솜/ 2015년『리토피아』신인상으로 등단